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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2-23 10:28
메타세콰이어를 알아낸 안목이 그립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5,972  
   http://www.agor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7304 [2583]

한국에서 메타세콰이어가 처음 심어진 곳은 담양-순창 도로변이다. 엊그제 추월산에서 강천산을 넘어오며 가로수로 심어진 메타세콰이어를 보았다. 사방에 눈이 내려 하얗고, 하늘로 솟은 앙상한 메타세콰이어 가지에도 눈이 쌓였다. 앞으로 곧게 뻗은 도로 끝까지, 하늘로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가 꽉 찼다.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공룡시대에도 살았다. 그렇지만 80년 전만 해도 화석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였다. 1941년, 일본의 고식물학자가 중생대 식물 화석을 살피다가 세콰이어라 불리는 화석 중에서 일부가 잎이 어긋나게 달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나무에 세콰이어보다 앞선 나무하는 뜻으로 메타(‘앞선’의 뜻)라는 단어를 앞에 붙였다.

당시까지 메타세콰이어는 지구에서 멸종된 나무였다. 한 군인이 땔감을 구하던 중 중국 쓰촨성에서 큰 나무를 보았다. 이 군인은 나무연구가였다. 처음 보는 나무였기에 마을 사람에게 나무 표본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마을 사람들은 강가에서 자라는 삼나무처럼 생긴 이 나무를 ‘수삼나무’라고 불렀다. 전쟁 중이라 한참 후 우여곡절 끝에 나무 표본이 베이징 식물연구소장에게 전달되었다. 그는 일본 고식물학자가 분류한 것을 떠올리고, 나무표본이 멸종된 줄 알았던 메타세콰이어임을 알아챘다.

한 나무연구가의 안목으로 메타세콰이어는 화석에서 살아나와 한국까지 파급되었고, 이제 여러 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하늘 높이 자라고 있다. 지식인의 안목은 죽은 나무를 살려 멀리 이국까지 전파하는 힘을 가졌다. 지금 손에 꼽히는 지식인은 법관이다. 법관은 나무가 아니라 죽게 된 사람을 살리기도, 산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도 하며, 나아가 사회의 진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완상 선생은 안목이 없는 지식인을 ‘지식기술자’라고 불렀다. 똑같이 안목이 없는 법관은 ‘법률기술자’로 부를 수 있다. 법률기술자는 자신의 판결이 사회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역사 속에서 어떤 위치를 갖는지 따져보지 않고, 단지 인쇄된 법전의 활자만을 신봉한다. 그 활자가 어떨 때는 이런 근거로, 다른 때는 저런 근거로 쓰이는 차이를 무시한다.

한 예로 이재용 구속적부심에서 ‘생활환경을 고려’해서 불구속한다고 판결했다. 가난한 이에게 생활환경을 고려하면 ‘가진 게 없으므로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구속 수사하는 사유로 채택되고, 이재용 같은 재벌에게는 ‘가진 게 많아 사회에서 활보해도 괜찮기에’ 불구속 수사하는 사유가 된다.

안목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식물 화석에서 어긋난 잎을 발견하듯, 삼나무와 비슷하지만 다른 메타세콰이어를 발견하듯, 똑같은 단어라도 시간과 장소, 대상에 따라 다른 의미임을 파악하는 것이 안목이다. 안목 없는 법률기술자를 대체할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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