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만난 작은 애완견은 궁금한 게 참 많나보다. 땅에 코를 붙이고 킁킁거린다. 나무 밑동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 개의 냄새 수용세포는 약 2억 ~ 30억 개로 인간의 그것보다 40 ~ 600배 가량 많다. 개는 10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냄새에 반응한다. 동물의 후각에 비해 인간의 후각은 자연과 분리되면서 점차 퇴화했다. 하지만, 인간의 후각은 약 1만 개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으며, 여전히 중요한 정보 수용 감각이다.
후각은 매우 섬세하여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냄새가 처음에는 심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내 둔해져 냄새를 맡지 못한다. 반면에 남극이나 북극처럼 냄새가 별로 없는 환경에서는 후각신경이 민감해져서 아주 약한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손으로 코를 쥐어 냄새를 맡지 못하게 하면 달거나 매운 맛은 느낄 수 있지만, 맛있는 줄은 알 수 없다. ‘맛’은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참고하여 뇌에서 아는 것인데, 후각을 얻지 못하니 맛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기나 비염, 축농증에 걸려 코가 막힌 사람은 음식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포유류는 젖을 빨면서 동시에 호흡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강과 기관이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인간만이 다른 동물과 달리 생후 1년이 지나면 비강과 기관이 떨어지고, 그 사이에 인두부가 자리잡는다. 그 결과 인간만이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를 입으로 보내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말하는 과정에서 호흡하는 자연스러운 구강호흡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는 구강호흡은 문제가 된다. 이는 구강 건조증, 구내염과 구취의 원인이 되고, 눈 밑의 다크서클을 유발하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킨다.
비염, 축농증을 치료하여 코로 숨을 쉬게 되면, 병적인 구강호흡이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구강호흡을 한 경우,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고 있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등의 안 좋은 습관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이때는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이 입을 벌리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숨을 쉰다. 눈을 감고 어깨를 내리고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며, 코로 숨이 들어가서 목을 거쳐 폐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코를 골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이라면, 자기 전에 5분 정도 위와 같이 훈련하면 좋다.
이와 같은 ‘바른 숨 훈련법’은 코 막힌 사람이나 입 냄새 또는 다크써클이 심한 사람,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인 사람뿐만 아니라, 쉽게 감기 걸리는 아이에서부터 스트레스에 찌든 어른까지 유용한 수단이 된다. 또한 현대사회의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될 수도 있다. 머리로 올라오는 ‘화’를 내리는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