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의 반찬에 관심이 별로 없다. 사람 입맛이라는 게 워낙 각양각색이라, 극구 칭찬한 맛집을 다녀와서 후회한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먹었다는 송로버섯과 샥스핀에 대한 말이 많다. 아랫사람, 직업에 귀천이 없고 업무에 상하가 없다지만 한국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이 자기가 부리던 아랫사람이 당권경쟁에서 승리하여 기쁜 나머지 과한 은혜를 베푼 것을 자꾸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말은 한 번 정도 해야지 자꾸 주절대면 ‘어른 마음’도 몰라주는 옹졸한 사람으로 내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한마디만 한다. 어떤 음식을 입에 넣기 전에 자기가 먹는 음식의 내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샥스핀을 얻기 위해 상어 한 마리가 죽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찬미하는 미국이나 근엄한 중국에서도 공식적으로 금지한 재료인 것쯤은 알고 있어야 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청와대에서 먹었던 송로버섯도 귀한 식재료다. 서양의 3대 진미 중 하나라며, 워낙 진귀하고 가격이 비싸서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린다는 얘기마저 듣다 보면 분노가 일었다가 허탈해진다.
버섯요리는 참 귀한 음식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키우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버섯이 귀했다. 식물도 아닌 것이 땅이나 나무에 뿌리를 박고 며칠 사이에 불쑥 커버리는 균 덩어리라니 신기하기도 했다. 더 신기한 것은 석이버섯이다. 제법 비싼 음식 재료인 석이버섯은 ‘땅옷’이라 불리는 지의류(地衣類)의 한 종류다. 지의류는 균류(菌類)와 녹조류(綠藻類)가 함께 붙어산다. 이 둘은 끈끈한 공생관계다. 균류의 외막을 통해 질산염이나 인산염이 흘러나오고, 녹조류의 세포벽을 통해 당이 흘러나온다. 서로에게 필요한 물질을 붙어사는 다른 편에게 제공한다. 이들은 대대손손 식량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균류나 조류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심한 추위, 열기, 암석 등의 악조건에서도 함께 붙어살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기 오염으로 아황산가스가 많아지면서 지의류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공생(共生),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과 서로 공생관계일까? 검찰총장이 민정수석을 공정하게 수사할 검사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법을 매개로 하는 공생관계의 전형은 국내 최대의 로펌 김앤장과 대기업이다.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소송을 하는데, 김앤장이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변론한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법을 만지는 사람을 다시 본다.
사회적 비난과 언론의 지적 등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가는 지의류 같으니라고.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