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가리. 나는 금방 잊어버리고 실수를 반복한다. 지난 토요일 새벽, 구상마을 뒷산을 걷는데 까마귀가 울며 날아갔다, 검은 날개를 펴고 느긋하게 나는 모습이 제법 도도해 보였다. 문득 2가지가 머리를 스쳤다.
새는 날아야 하기에, 필요한 부분까지 최소화해서 가벼운 몸으로 진화해왔다. 무거운 뼈는 속을 텅 비게 만들어 한층 가벼워졌다. 무거운 뇌는 수평으로 늘여도 지탱할 수 있도록 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뼈는 강한 밀도로 쉽게 부러지지 않고, 뇌는 다른 방식으로 명석하게 진화했다.
새의 뇌 무게는 5~20g으로 유인원 뇌의 무게 275~500g의 1/30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앵무새와 까마귀 등은 영장류와 비슷한 인지능력을 지닌다.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고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아 자기 존재를 자각하며 공감능력 또한 갖고 있다.
잣까마귀는 늦여름부터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소나무 씨앗 3만 5,000개를 파묻고, 봄이 오면 씨앗이 묻힌 장소를 대부분 찾아낸다. 또한 꿀잡이새는 260㎢ 내의 모든 벌집을 다 기억해낸다. 그리고 닭은 25~30종류나 되는 자신들만의 신호를 가지고 있다.
인간만이 최고가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생물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상태로 진화한 최고의 존재다. 하늘을 날고, 멀리 보고, 동면하고, 수영을 잘하고, 산소 없이도 살며, 죽었다 다시 살아나고 등등. 단지 인간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결과, 문자를 사용하여 지식을 축적하고 상징을 체계화하는 능력이 앞설 뿐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면, 최고의 두뇌 활동인 ‘생각’의 끝판, 겸양지덕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인간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자신한다. 이런 인간의 성향이 한국에서 극명한 집단은 법조계가 아닐까? 한국 최고의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일제 이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천하제일의 인간 중에서 한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 그중에서도 최고의 엘리트가 요즘 최고의 화제다.
검사들이 선망하는 요직이란 요직을 모두 거친 인간. 너무 오래 전관 행세하면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으냐는 동료의 핀잔은 못 들었나 보다. 남들은 1~2년 하는 전관 혜택을 4년씩이나 꿋꿋하게 누렸단다. 변호사 개업 이후 4년여 만에 수백억의 돈을 벌었다니, 와우~. 한국 최고의 인재답다. 진짜 베테랑이다. 까마귀의 작은 뇌보다 엄청 큰 뇌 속에는 온통 똥으로 가득 찬 게 아닐까, 심히 안타깝다.
개인은 안타까울 뿐이나 사회는 이어지니, 제도를 개선하여 독점을 해체해야 한다. 선민의식의 해체는 민주주의, 대중화가 빠른 방법이다. 법조인을 공장에서 인형 찍듯 양산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