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화포해변으로 순천만에서 걷기 시작합니다.
보름이 지났음에도 달빛은 형형합니다.
헤아리기 포기한 별무리도 하늘 가득합니다.
갈대 바람 소리와 도란도란 얘기 소리에 놀란 노루는 노란 나락 속으로 숨어듭니다.
여름의 무성한 풀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길이 넓어졌습니다.
해변길을 정리한 손길에도 행복을 기원합니다.
손끝에 스치는 새벽 바람은
이미 와버린 겨울마냥 서늘합니다.
귀 옆으로 흐르는 바람에는
가고 싶지 않은 온기가 담겨있습니다.
위아래 한 발 차이임에도 계절이 다릅니다.
바람이 아니라
나의 몸에 다른 계절이 녹아있는 것이겠지요.
오늘 새벽길을 걸으며
지지 않는 달과 멈추지 않는 해와
흐름을 놓치지 않는 바람과 유유이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삼라만상을 품고있는 나와 당신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