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오늘은 물안개의 날입니다.
순천만 가득 물안개가 쪼아악 깔렸습니다.
어둠의 기운을 가득 담은 물안개는 땅을 벗어나 하늘로 오릅니다.
모태를 벗어나는 것부터 자기 삶이라지만 이는 소멸의 길과 다르지 않습니다.
해가 뜨는 것이 찰라이듯 삶도 소멸도 찰라입니다.
물안개 자욱한 길, 시시각각 찰라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새벽길을 왜 걷느냐고 묻습니다.
일년이 바뀌는 길에는 봄가을이라는 환절기가 있습니다.
천지자연의 변화는 환절기에 크게 요동쳐 한열, 음양을 바꿉니다.
한기가 충만한 겨울에서 열기가 왕성한 여름의 전환이 봄과 가을입니다.
이 때가 가장 활력이 넘치는 시기이므로, 하늘엔 바람이 일고 사람은 바람이 듭니다.
봄바람난 처녀와 가을바람난 총각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하루가 바뀌는 길에는 새벽과 초저녁이라는 전환기가 있습니다.
이 때가 가장 천지가 요동치고 자연이 변화무쌍합니다.
동트는 새벽의 여명과 해지는 초저녁의 노을이 그래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맞이하는 걸음은 생명을 보듬기에 맞춤입니다.
생명은 가만히 있지않는 움직임이고 새벽은 요동치며 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물안개와 함께하는 새벽길은 쉬지않는 해마냥 그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