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보수적으로 셈하여도 우주에서 문명의 수는 몇 백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주 공간이 너무, 생각보다 너무 커서 그 문명 사이의 평균 거리는 적어도 200광년이나 됩니다. 그 문명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은 200년 전이라는 것이죠. 조선 시대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지금의 생활 모습과 달라도 참 많이 다르지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크기를 어림잡을 수 있도록 태양계를 예로 들어 봅니다. 지구를 팥알 정도라고 하면 목성은 300ｍ나 떨어져 있습니다. 몇 년 전에 행성의 지위를 잃은 명왕성은 2.4km 정도 멀리 떨어져 있을뿐더러 그 크기는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세균 정도입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 외운 태양계의 그림은 크기와 거리를 완전히 무시한 허황한 이미지일 뿐입니다.

엄청나게 큰 공간에 바늘 끝처럼 작은 점 몇 개가 있는 곳이 태양계입니다. 이러한 태양계 1000억 개가 모여 있는 곳이 은하수이며, 이러한 은하수 1000억 개가 흩어져 있는 곳이 우주입니다. 우주의 방대함을 생각하면 생각할 수 없는 아득함에 정신을 잃고 맙니다.

▲ 사진출처: blog.backupify.com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우주의 크기 속에서 생명이 탄생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기적입니다. 너무 많은 우연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결과 생명은 탄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하나의 개체는 다른 개체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변화했습니다. 고정되고 차단된 순간 그 개체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인간 또한 그렇지요.

쌀보다 적은 유전자 개수를 가진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른 생명체보다 특별한 그 무엇이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만드는 걸까요? 동물, 식물, 미생물 등과 다른 점은 사유하고 자각하는 것이라서 존엄한가요? 생각이나 반성은 다른 동물들도 생존을 위해 할 수밖에 없지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만의 독특한 자질은 아닙니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내가 인간’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의 사람됨은 ‘너의 인간임’을 전제로 성립하지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주체는 있을 수 없지요. 무생물의 상대로 생물을, 식물의 상대로 동물을, 여타 동물의 상대로 인간을, 백인의 상대로 유색인을, 남성의 상대로 여성을, 나의 상대로 너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지요.

자연환경에서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이 인간 세계에는 자주 연출됩니다. 순천시의회에서도, 회사내 현장에서도, 지역 사회 내에서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목격합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상대하지 않는 것은 염치없는 우주적 사건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