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은목서 향이 그립다.
고목에서 품어나오는 향기는 깊이와 품위가 있다.
나무 밑 의자에 앉아있노라면
어릴적 고향 안방처럼
차분해지고 눈이 사르르 감긴다.
그 향기가 코로 들어와 목을 거쳐 폐로 내려간다.
폐포 하나하나를 감싼 후 온 몸으로 퍼진다.
오늘 출근길에 동성공원에서 금목서를 보았다.
선암사 은목서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은은한 향이 가슴을 가득 적시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은
당신에게도 절대 비밀이에요
아름다움을 찾아 먼 여행 떠나겠다는
첫 고백만을 생각하고
당신이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때 나는 조용히 웃을 거예요
알지 못해요 당신은 아직
내가 첫여름의 개울에 발을 담그고
첨벙첨벙 물방울과 함께 웃고 있을 때에도
감물 먹인 가을옷 한벌뿐으로
눈 쌓인 산언덕 넘어갈 때도
당신은 내 마음의 갈 곳을 알지 못해요
그래요 당신에게
내 마음은 끝내 비밀이에요
흘러가버린 물살만큼이나
금세 눈 속에 묻힌
발자국만큼이나
흔적 없이 지나가는 내 마음은
그냥 당신은 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