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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06 09:48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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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인간 생명 유지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이다. 의료는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의료는 인간 존엄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침범할 수 없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의료가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정신과 육체의 담지자로서의 몸이 생로병사 하는 과정에서 아쉽게도 의료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가 영리 즉, 돈벌이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말뿐이었고, 미래는 말도 안 되게 움직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6월 25일 43개 상급종합병원의 2012년 당기 재무제표 현황을 조사한 ‘대형병원 경영이익 축소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조사를 통해 43개 병원 중 35개 병원(81%)에서 경영이익을 축소하였고, 이의 총액이 무려 7,05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수천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이익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2010년 감사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시정토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27일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장 정책세미나에서 고려의대 신상원 교수는 과잉진단과 치료로 ‘환자를 위한 의료’가 아닌 ‘의료를 위한 환자’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의료를 제어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갑상선암은 7배, 유방암 4배, 전립선암 4배 등 발병률(진단율)이 급증했으나, 사망률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국가 암검진 사업 등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사망률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같은 세미나에서 고려의대 안형식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고혈압약을 예로 들며, “효과는 적고, 부작용은 상당히 많다. 혈당 컨트롤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며, 경증의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게 되면, 병원은 물론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 등에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환자 역시 적은 진료비로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에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약을 먹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한국 의료시스템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대형병원들은 여타의 재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금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경영 악화를 부르짖으며 영리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의료인들은 수익이 나는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를 요구받고, 경영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무능하고 자기 계발하지 않는 퇴물로 취급당하고 있다. 환자는 무지막지한 대중매체의 공포심 조장 폭격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두려움에 떨면서 ‘진단 결과에 의하면 큰 병은 아니다.’라거나 ‘몹쓸 병에 걸렸지만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에 위안을 얻는다.
이 와중에 정부에서는 교묘하게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규칙만 변경하여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의료시스템이 거대한 자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이제 한국 의료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생명의 존중’이라는 허울마저 벗겨내 버리는 작업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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