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등 잇따른 전염병의 창궐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텔레비전에서 퍼트리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공포 마케팅을 넋 놓고 쳐다볼 수만은 없다. 또, 손 씻기나 마스크 쓰기 등 개인위생으로 축소하는 행태는 파편적이며 책임 회피에 가깝다. 왜냐하면, 개인적 ‘감염’의 문제는 사회 환경적 ‘전염’의 문제를 벗어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염된 개별자는 우연의 요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집단 내로 전염되는 속도와 범위는 필연적으로 사회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 문명과 자연환경의 관계, 사회 구조와 개인 생활의 관계, 욕망 추구와 기술 변화의 관계 등 중층적인 차원에서 총체적인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메르스는 중동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순간 갑자기 중동에서 극동으로 옮겨졌다. 비행기가 없었다면 또는 세계화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회 변화는 인간만이 아닌 바이러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어느 한 곳의 유행병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번진다. 인류가 이룩한 편리한 기계 문명은 양날의 칼이 분명하다.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왕창 축소함으로 감염병과 인체 사이를 차단한 시공간적 장벽도 왕창 없애버렸다. 전염병의 공포는 전염병보다 더욱 빠르고 넓게 퍼져간다. 이렇듯 발전은 퇴보를 수반한다.
2000년 CIA 보고서에 따르면 “예외가 있겠지만, 감염병 위협이 다시 대두하는 이유로는 병원균의 돌연변이는 물론 인간 행동의 급격한 변화와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발전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류 탄생 이래 수십만 년 동안 유지되어온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가 불과 200년 만에 해체되었다. 세계는 기술 발전과 자연 개발을 통해 물질적 풍요를 이룩하였지만, 사회 경제적 변화는 변화 수용성을 초과한 폭력적 자연 파괴가 수반되었다. 그 결과가 기상 이변과 전염병의 지속적 창궐이다.
이러한 자연의 반응은 인간에게 근원적 공포인 죽음을 환기하게 시킨다. 전염병 그 자체보다는 그것으로부터 연유된 죽음의 공포가 사회를 포위한다. 메르스로 인해 폐쇄된 병원처럼 언젠가는 한 지역 전체가 공동화될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격리된 감염자처럼 언젠가는 당신 또는 내가 일상과 이웃으로부터 고립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우리는 은밀하게 고립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예전부터 고립되어 있었다. 이웃과 자연으로부터. 그러므로 메르스는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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