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읍 상림공원에 사랑나무라 일컫는 연리목이 있다.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 둘의 종류는 다르지만 밑동이 딱 붙어 서로 껴안고 있다. 그 나무 아래서 사랑을 약속하면 헤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을 돌에 새겨놓았다. 연리목은 제법 흔하다. 흔치 않은 것은 따로 자라던 가지가 허공에서 서로 붙어있는 연리지다. 그런데 연리지나 연리목이나 한 곳이 붙어있을 뿐 계속 붙어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잠시 붙어있고 그 후에는 따로 떨어져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래, 사람도 그렇다. 아니, 그래야 한다.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는 형제자매도 자기 삶을 향해 흩어진다. 부부라는 인연도 그렇게 만났다 최후에는 헤어진다. 삼강오륜에 ‘부부유별’이라는 것이 있다. 부부의 사이는 ‘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별을 ‘분별’로 풀이하기도 하고 ‘특별’로 읽기도 한다. 조선 시대 고루한 유학자들은 부부간을 분별 지어서, 남편 할 일과 부인 할 일을 엄격하게 구별하였다. 요즘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말이다.
|
|
|
| 부부는 0촌이라 한다. 그만큼 가깝다. 너무 쉬운 관계는 어긋나기가 참 쉽다. 그래서 분별이 있어야 한다. 옛날의 고루한 형식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의 뜻을 담은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더욱 자기를 지키고 상대를 세울 수 있다.
정약용은 부부간에는 특별함이 있다고 풀이했다. 전혀 다른 남남이 만나 부부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특별함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부부 사이에는 다른 관계와 달리 특별함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둘 다 의미가 깊다.
살다 보면 부부만큼은 아니지만, 엇비슷하게 특별함으로 인연 짓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친구나 동료도 그렇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 또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모두 교집합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온전히 합일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각자의 영역을 넓히는 것과 교집합을 넓히는 것은 함께 추구해야 할 일이다. 말처럼 쉽지 않기에 서로 노력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특별하게 만난 인연이 특별함을 갖는 천분이 된다.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공유하는 관계도 천분이 된다. 그 이전과 이후가 갈리는 현 시대적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가 있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제 천분이 되었다. 한숨이 나고 눈이 붉어지지만, 끝내 아름다운 천분이기를 깊이 소망한다. 그리고 나룻배를 제작하자며 500원을 모으고 있다. 천분의 작은 교집합이 되길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