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에서는 부족해서보다 너무 많아, 넘쳐서 고통받는 경우가 더 흔하다. 재화나 용역도 그렇지만 정보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태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에 더해 인터넷이라는 전달 매체가 등장하면서 정보가 우리에게 홍수 난 듯 밀려왔다. 불보다 무서운 게 물이라 했던가!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에 우리는 익사하기 직전이다.
더구나 수많은 건강정보를 취사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거칠게 나누어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명확한 선택의 기준이 없어서다. 선택을 위해서는 사전지식이 충분하여 자신에게 이득이 될만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식을 갖기 위해서는 직간접적 경험이나 학습이나 탐구, 터득을 통한 수련의 과정이 필수다. 그런데 우리에겐 인체 전반에 대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기 개인의 몸을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다. 아니 주객관적 상황이 여유를 참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 기준을 갖고 선택할 수 있겠는가?
|
|
|
▲ 사진출처: http://www.get-free-wallpapers.com | 둘째는 우리가 전문성의 강박에 물들어있기 때문이다. 현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전문성을 통한 지식으로부터의 소외다. 전문가만이 세상을 알 수 있다는 듯 소곤댄다. 의사조차 자신의 전문영역을 제외하면 일반인과 다름없다. 이 세상은 개인 사이의 거리를 벌리고 단절하여, 불안을 조장한다. 알 수 없는 수치로 계량화된 통계를 보여주거나, 고난도의 전문용어로 치장한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통계와 연구의 끝에서는 불안한 내일을 빌미로 하여 지금 당장 그 상품을 소비하라고 은근히 들이댄다. 우리는 전문적인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파블로프의 개’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은연중에 전문가의 전문적 소견이 나의 불안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게 된다.
셋째는 건강정보의 내용이 ‘숨겨진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전달되는 정보라는 것의 거의 대부분이 정보를 위장한 ‘광고’다. 현대 자본주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바탕으로 한 사회다. 물건도 소비를 위해 생산하지만, 정보도 돈이 되지 않으면 생산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정보라도 팔고 팔리는 것에 거의 연관되어 있다. 한마디로 ‘상품’ 아닌 것이 없다. 건강정보도 상품과 연관되어 생산, 유통되고 소비된다. 방송에 나오는 명의시리즈에서부터 인터넷 블로그에 소개된 개인 체험기까지 모든 콘텐츠가 ‘돈’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 즉, 의도가 없는 객관적이고 순수한 정보는 없다.
대부분의 건강정보는 미끼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아니, 그런줄 알고나 살자. 또 끌려다니면서 덥썩 물지는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