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늘은 게으릅니다.
게으름을 배우고자 일찍 일어난 6명이 새벽길을 걷습니다.
순천만 용산을 오릅니다.
갈대밭 사이로 걸으면서 보았던 초승달은
별들이 지켜보니 든든한 모양입니다.
캄캄한 어둠은 쉬이 가시질 않고
쓸모없어진 눈은 두려움에 덥힙니다.
한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두려움을 벗는 용기입니다.
기온과 별개로 차가운 바람이
작은 산속이라도 칼날처럼 매섭습니다.
하지만 한풍도 결이 있어
산길을 걷는 내내는 아닙니다.
한 번 몰아친 바람은 조금 지나면 잠잠합니다.
어둠의 용산전망대에서 본 순천은 벌건 아궁이 같습니다.
욕망이 열정으로 나아가기를
덜 찬 초승달과 함께 빕니다.
강물에선 바람이 타고놀고
철새들은 아침을 준비하고
갈대들은 여명을 맞이합니다.
7시 20분에도 겨울 해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게으른 하늘이 순리라 하지만
바람도 철새도 우리들도
초승달처럼
자고 있지만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