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의 원내 4개 정당 비례대표 재산 상황을 보았다. 평균 24억 원이다. 새누리당 후보 44명의 평균은 41억 원, 국민의당 23억 원, 더민주당 12억 원이다. 정의당은 국민 평균인 2억8천만 원보다 적은 1억8천만 원이다. 또한 비례대표 후보들은 직업정치인을 비롯해 학자, 기업인, 의료인 등이었고 평균 석사 이상으로 학력도 높다.
비례대표제는 말 그대로 국민 여러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장치다. 선거라는 제도의 편파성 때문에, 돈 있고 지식과 외모, 언변이 있는 자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고안된 제도가 비례대표제다. 돈 없고 못생긴 국민도 나라의 소중한 국민이며, 그들의 처지는 더 많이 개선할 필요가 있으므로 국가의 돌봄이 더욱 절실하다. 한마디로 평균 이하의 그늘진 곳에 거처한 국민의 대표가 비례대표이어야 한다. 그래서 비례대표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부분을 끌어안아 양극화되고 타락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막과 같다. 그런데 비례대표조차 평균 이상의 잘 난 분들이 차지하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다.
130여 년 전에 영국의 헨리 조지는 불평등한 사회의 대의 민주주의는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을 선물한다고 설파했다. 부패한 군주정보다 부패한 민주정에서 비양심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 성공을 더 잘한다. 군주정에서는 간혹 양심이 있는 군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정에서는 국민에게 선택하도록 하므로 성공한 자를 대중은 선호하며 권력은 결국 성공한 자에게 돌아간다. 국민은 부패를 따지지 않고 성공한 자를 부러워하며 쫓아 따라가서 결국 자신도 부패하게 된다. 부패한 국민의 1인 1표는 부패한 권력을 끝없이 재생산한다.
한국은 부패는 차치하고 민주정인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유권자의 표가 국회의원 의석수로 반영되지 않는 정도인 불비례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20배에 달한다. 그래서 선관위는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리라고 권고했지만, 거대 양당은 54석이었던 비례대표 의석을 7석이나 줄였다. 이것은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임을 포기한 행위다.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 짬짜미 행위다.
선거일이 다가온다. 여러 곳에서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아니, 찍기는 찍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두 가지를 말한다.
첫째는 찍으려면 과거를 보고 찍어라. 지금까지 어떤 법안에 찬성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아야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봐서는 뒤통수 맞을 공산이 크다.
둘째는 후보가 아닌 자신을 돌아보라. 당신과 가장 비슷한 후보를 찍어라. 당신이 부러워 하는 자가 아니라, 사는게 비슷한 사람이 당신 속을 알아 줄 확률이 그나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