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내민다. 잡으니 뜨겁다. 손뿐만 아니라 발도 뜨거워 이불을 덮어본 적이 없단다. 손발을 찬물에 담그거나 얼음을 쥐고 있으면 조금 나아진다. 계속 이러할 수 없으니 악수하기도 겁난다. 남들은 손이 따뜻해 좋겠다지만 자신은 불덩이를 쥐고 있는 듯 괴롭다.

이렇게 손발 바닥이 뜨거운 사람은 대개 가슴도 답답하고 후끈거린다. 체온은 정상이지만 본인은 뜨거워 미치겠다 한다. 이를 수족번열증이라 부른다. 손발이 화끈거리고 열이 난다는 말인데, 오심번열증이라고도 한다. 이는 손바닥을 수심, 발바닥을 족심, 가슴의 심장까지 다섯 개의 중심이 뜨거운 경우를 일컫는다. 
  
며칠 전 밭일을 무리하게 한 후 눈앞이 아른거리며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피곤해 누워있고만 싶은 아주머니가 내원하였다. 물어보니 밥맛도 없고 입이 쓰며 손발이 화끈거린다고 한다. 중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과로로 인해 기운이 빠져 수족번열증이 생긴 것이다. 다른 질병이나 과로가 아니라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찬 음식을 지나치게 먹었거나, 술이나 성생활을 과도하게 한 것 등으로도 수족번열증은 생긴다.

또 평소에 열이 많은 사람,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 갱년기인 사람, 갑상샘에 문제가 있는 사람, 중병을 앓은 사람, 출산 후 허약해진 사람 등에서 잘 나타난다. 당뇨병, 척추 디스크나 협착증에서도 손발 바닥에 열감이 나타날 수 있다. 
 

▲ 사진출처: drbilldean.com

수족번열증 중의 일부는 손발바닥 말초신경증이라는 병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초음파검사, 신경검사, 피부 신경섬유밀도 검사 등을 시행한 후에,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신경치료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비타민 B, 혈액순환제 등을 첨가할 때도 있다. 
  
가장 먼저 주의할 것은 손발이 편하고 순환이 잘되도록 신발과 양말은 너무 조이지 않게 신고, 운동을 꾸준히 하여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다. 저녁에 30~40분 정도 걷는 것이 좋고, 운동 시간이나 강도가 너무 과한 것은 열을 부채질할 수 있으므로 금물이다.

단방으로 자라의 등껍질을 다려 복용하면 좋다. 깨끗이 말린 자라 등껍질 300g을 충분한 물에 오래 달여 냉장고에 보관하고 10일 동안 하루 2번씩 나누어 마신다. 특히 여성에게 효과가 좋다. 그러나 설사를 자주 하거나 임신한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화가 잘 안 되고 만사에 힘이 없는 사람은 수삼을 물에 달여 수시로 복용하면 좋다.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